본문 영역

잡담/기타 잡담2010. 11. 8. 23:09
반응형
* 원문: 다섯명을 살리기 위해 한명을 죽이면 도덕적인가? (http://gindetree.egloos.com/3489009)

  본 글은 이글루스쪽에 올라온 포스트에 대한 트릭백이다. 원문에 대한 내용은 생략한다.

  사람의 목숨이라는 살벌한 소재를 지니고 있지만, 이야기 자체는 재미있다. 원문 포스트 밑에는 주렁주렁 과실처럼 많은 댓글이 탐스럽게 열렸다. 많은 사람들이 답을 내기 위해서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깊이 들어가지 않고 딱 제목만 보더라도 골치아파보이는 문제다.

  그런데 사실 위 문제는 답이 없다. 만일 있다면, 그것은 다섯 명과 한명, 즉 여섯 명 모두를 살리는 것이다. 애당초 논점이 '다섯 명을 죽일지, 한명을 죽일지'라는 양자택일이기 때문에 둘 사이에서 고민하는데, 고민할 필요가 없다. 둘 다 답이 아니다. 애초에 이 질문은 딜레마이기 때문에 답을 묻는 듯 하면서도, 실은 답을 묻고 있지 않다. 딜레마는 당첨이 없는 뽑기와 같다.

  그런 와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다섯 명과 한명의 목숨을 저울질하며 답을 찾고자 한다. 하지만 사람의 목숨이라는 것은 사칙연산으로 계산이 가능한 것이 아니다. '1+1=2' 처럼 한 사람과 또 다른 한 사람의 목숨이 합쳐 두 사람분이 되는 것이 아니다. 각각의 목숨은 제각기 개개의 것이고, 더하거나 뺄 수 없다. 인간의 목숨은 수량으로 판단되는 것이 아니라 가치로써 판단되는 것이다. 다섯과 하나를 저울 양쪽에 세워두면 다섯으로 기울겠지만, 늘어놓고 키를 재보면 다섯이나 하나나 같다. (그  여섯 중 내 자식이 가장 커 보이는 것도 이것이 수량의 문제가 아닌 가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목숨을 수량으로 판단한다는 것 자체가 잔인한 짓이다. 수량으로 판단되는 사람의 목숨에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이는 전쟁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딜레마엔 답이 없다. 하지만 만약에 정말로 위와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은 남는다. 도덕적 판단을 요구하지만 답은 나오지 않는다. 어떠해야 할까 고민된다. 하지만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앞서 말했듯이)여섯 모두 살리는 것이다. 분명 여기서는 여섯 모두 살릴 수 없다는 전제가 미리 깔려있다. 결과에 있어서 누군가의 죽음은 정말 피할 수 없을 수 있다. 하지만 결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는 흔히 말하는 먹기 위해서 사는 것과 살기위해 먹는 것의 선택과 같다. 결과론적으로는 둘 다 모두 살아가는 것이지만, 과정으로 들어가 보면 전혀 같지 않다. 얼마나 살지가 아닌 어떻게 살지를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여섯 모두를 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모두를 살리지 못한 것은 인간으로써의 한계이지만, 모두를 살리지 않으려 한 것은 인간으로써 실격이다.

  물론 위의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인간의 가치가 같다는 전제하에 나온 답이다. 내 자식 내 가족이 포함된 문제에서는 조금 다르다. 이 경우에서는 타인보다 그들을 우선시 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는 앞서 말했듯이 가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가치판단을 하는 주체인 나에게 있어서 타인보다 가족이 더 큰 가치를 지닌다. 가치를 기준으로 저울질했기 때문에 내가족의 방향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과 내 가족을 동등하게 여기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타인에게 있어서의 가치를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일 것이다. 만일 다섯 명과 한명의 목숨이 걸린 일이라면, 그 한 명이 자신이 되길 바랄 선인 중의 선인일 것이다. 무한경쟁의 시대 이기적인 사회라는 더러운 연못 속에 피어난 한 떨기 연꽃이다.

  다소 구차해 보일 수 있는 소리지만 위 글이 아직은 부족한 식견을 지닌 사람의 사견임을 밝히며 마친다.


반응형

작성자

account_circle
습작(習作, etude87)

댓글 영역